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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디자이너가 처한 현실

기타
작성자
준폰트
작성일
2017-10-09 21:47
조회
1456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5&aid=0003832337

우리나라 폰트 시장은 예전부터도 작은 규모이긴 했지만 해가 거듭되면 될수록 그마저도 비정상적으로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기업에서 외주를 줘서 제작한 폰트를 무료로 배포하는 형태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입니다.
업체는 소유권을 넘겼지만 외주비를 받았으니 손해 볼 것이 없고, 클라이언트는 자회사의 대인배 이미지를 심어주고 홍보효과도 낼 수 있는 무료 배포를 선택합니다.
당장은 상호 간에 손해 볼 것이 없지만 이런 선례가 쌓일수록 부메랑처럼 돌아와 디자이너들을 위협합니다.
전용서체는 대부분의 경우, 특정업체들이 독점을 하는데 제작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인력이 투입됩니다.
이 과정에서 제작기간이나 완성도는 무시되고, 경쟁업체를 제치고 프로젝트를 따내느냐가 최고의 관심사입니다.
가장 큰 회사들마저 좋은 한글 폰트가 나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반면에 시장 점유율이 높지않고 인지도가 낮은 후발주자 업체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선 주자들에 비해서는 폰트가 팔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전용서체 가격을 가격을 많이 낮춰서 프로젝트를 따내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포털사이트 등에 폰트를 개인에게만 무료로 풀고나서, 라이선스 범위를 벗어난 사용 단속으로 패키지 폰트를 팔아 돈버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요즘에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다 보니, 폰트 회사 = 상업적이라는 꼬리표로 반감만 커지는 효과로 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습니다.
법무법인과 폰트 회사가 나눠갖는 수익구조 또한 터무니가 없음에도 수익을 내기 위해 폰트 회사는 단속을 맡기게 되고, 법무법인은 건수 하나라도 더 올리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단속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디자이너들에게 돌아갑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작권 위원회와 문화 관광부에서는 국민들이 저작권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글씨체를 만들어 무료 배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매년 한글날이 되면 무료로 풀리는 폰트는 4~6개는 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네이버, 메이플스토리, 벤츠, EBS, 배달의 민족, 고도몰 등에서 한글날을 맞아 무료 폰트 배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적당한 폰트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유럽은 폰트 한 종당 대략 5~6만원, 일본은 15~30만원 선으로 가격으로 판매가 됩니다.
우리나라는 한글 폰트 제작에 많은 노동력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3~5만원이 많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팔리진 않습니다.
일본의 폰트들은 비싸지만 불법 사용이 거의 없고 무료 폰트 사용이 많지 않다 보니 폰트 회사들도 매우 뛰어난 품질의 폰트를 제작합니다. 최소 1년 이상 걸려서 말이죠.(맥에서 디폴트 서체 중 일본어 폰트를 한 번 써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자의든 타의든 중간에 그만두는 수많은 선후배들과 동료들을 보았습니다.
이는 특정 회사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업계 전반적인 현상입니다.
물론 제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위로나 조언, 도움 따위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훗날 저를 포함해 지금 남아있는 몇 안되는 디자이너들도 언제 떠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음악처럼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구조, 각자의 위치에 맞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려는 폰트 회사, 정식절차로 위탁 업무를 진행하는 법무법인, 소유권에 따라서 스스로 무료배포를 선택한 업체, 디자이너의 생존권은 무시하는 정부부처, 한글을 너희가 만들었냐며 따져 묻는 사람들, 도대체 이들 사이에서 한글 디자이너들은 누구에게 억울함을 하소연해야 할까요?
단순히 누구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문제투성이입니다.

전문직으로 분류됨에도 정작 전문 인력 대우를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한글 디자이너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것을 잘 알기에 더욱 서글픈,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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